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피부/내 피부 고민은

01. 턱에 남은 색소침착이 내 얼굴을 바꿨다

중학생 시절, 이마를 덮던 내 앞머리 사이사이로 보이는 붉은 여드름 자국들.

 

외모에 한창 신경을 쓸 나이였기에 이마 위에 붉고 단단하게 올라오던 여드름은 매일 아침, 거울을 들여다 보던 사춘기 소녀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이었다. 열심히 짜보기도 하고 답답해도 만지지 않고 버텨도 봤지만, 앞머리를 까올리는 것 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. 그래서 내 이마 위 여드름은 한참동안이나 나와 함께 동거동락했다.

그때 당시엔 청소년에게 유명했던 클x앤클리어라는 화장품이 있었는데, 그때 처음으로 내 돈으로 로션을 샀다. 용돈이 생기면 그 무엇보다 통장에 넣어 숫자를 키워가던 재미가 더 컸던 나에게는 꽤나 대단한 변화였다. 외모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내 눈에도 그만큼 여드름이 꼴보기 싫었던 것이다.

 

그때의 감정이 1년 전부터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.

 

그때와 다른 점은 중학생 때의 여드름은 탁! 건드리면 뽁!하고 터졌던 것과는 다르게 성인이 되어 생긴 이 것은 꽉- 눌러도 삐이-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. 그리고 이것은 여드름이 아닌 모낭염이었다.

 

피부라는 건 참 재밌다.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대로 변하지 않는다. 아무리 비싼 화장품을 발라도, 좋은 팩을 매일 해도 말이다. 그래서 다들 하는 얘기가 있다. "피부는 타고나는 것"이라고.

 

모낭염이 생기기 전의 내 피부는 타고난 것이라고 할만큼 좋은 건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어디가서 "피부가 안좋으시네요." 하고 들을 정도는 아니였다. 간간이 피부가 좋아보인다는 소리도 들었다. 그런데 내 건강의 이상신호와 함께 어느날 찾아온 모낭염이란 이 놈은 "너 피부가 왜이래?"라는 말을 듣게 만들었다.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의 이러한 이야기에 괜시리 창피한 마음이 들어 별다른 대꾸도 못하고 어물쩍 넘어갔다. 그리고 한 편으로는 "이 거지같은 모낭염, 그냥 잊고 지내다보면 슬슬 없어지겠지."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.

 

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?

 

모낭염은 그리 만만한 녀석이 아니였다. 없어질만 하면 다른 곳에 또 생기고, 없어질만 하면 다른 곳에 또 생기고.. 반복의 연속이었다. 이로 인해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. 짜내도 짜지지 않았고, 너무 크게 생겨 짜질 때는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. 곪은 염증이 나올 줄 알았는데 검붉은 피가 물총으로 발사하듯 뿜어져 나왔을 때 나는 너무나 놀라 소리를 질렀다. 그리고 얼마 후 거울을 닦아냈다. 피는 찐득하고 검붉게 흘렀고 그 검붉은 피처럼 내 턱엔 새카만 색소침착이 자리 잡았다.

 

색소침착은 원래 그냥 두면 어느 정도는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. 그런데 문제는 모낭염이란 녀석이 자꾸 피부를 옮겨다니며 생겨서 색소침착이 채 없어지기도 전에 또다른 색소침착을 낳는다는 것이었다. 엄마는 내 피부를 보며 얼른 병원에 가라고 했다. 그러나 병원에 대한 두려움이 큰 나에게는 차라리 버텨보는 편이 더욱 좋은 방법으로 보였다. 그리고 그 생각은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었다. 지금 거의 2년째 나는 고통을 받고 있다.